1000xRESIST는 다른 엑스박스 게임패스 게임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게임이었다. 

 

타이틀 화면의 캐릭터가 묘하게 개성 있어 보여서, “10분만 해보고 재미없으면 지워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실행했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거의 두 시간 가까이 플레이하고 있었다.

 


플레이 첫날 게임을 끄고 나서야 이게 Coffee Talk이나 VA-11 HALL-A 계열의 비주얼 노벨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이 게임의 스토리 전개는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과 2047년에 종료되는 일국양제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관련 배경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깊게 와닿겠지만, 나처럼 자세히 모르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기” 정도로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홍콩과 중국의 간접적인 관계 연출, 그리고 이민자의 고민을 게임이라는 매체로 풀어내는 방식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다. 거의 직진만 해도 되고, 도전과제 역시 위치 몇 개만 확인하면 쉽게 해결된다. 

 

‘게임’으로서의 난이도는 낮지만, 대신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조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유니티 기반의 그래픽은 솔직히 투박하고,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게임 멀미를 느낄 정도였다. 

 

엔딩이 7개였던가, 전부 다 보고 나서 “혹시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켜고 싶다가도 멀미 생각에 손이 안 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투박함을 연출로 잘 덮는다. 

 

화면은 화려해졌다가 다시 담백해지고, 플레이어의 시점이 계속 바뀌면서 단조로워질 틈을 주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그 변화에 익숙해질 즈음엔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다.

 


휴고상을 받을 만큼 평가가 좋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외계인 엔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만 그 호불호를 감안하더라도, 

 

홍콩의 상황이라는 특수성과 이민자의 정체성, 떠남과 남음에 대한 고민을 게임으로 풀어낸 시도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사담을 하나 적자면. 메인 캐릭터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다.

 

약간 세 보이고,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 이 게임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결국 1000xRESIST는 “재밌는 게임을 했다”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 겪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단순한 비주얼 노벨을 넘어, 특정 시대와 사회상을 기록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졌다.

 

그래픽이나 조작의 불편함(이번 경우엔 멀미), 취향에 맞지 않는 엔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을 보고 나서 굳이 시간을 아까워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건 분명, 게임이라는 형식이 아니면 이렇게 전달되기 어려웠을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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